전기기사 필기 49점 불합격 후기, 과락은 없었지만 공부 안한 티가 났다
이번 전기기사 필기시험 결과는 49점, 불합격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라면 과락은 없었다. 모든 과목에서 최소한 시험을 계속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점수는 나왔는데, 합격 평균인 60점에는 결국 11점이 부족했다.
결과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공부를 덜 한 티가 그대로 났다.
시험 한 달 전부터 사실상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시험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른 일들을 하다 보니 공부가 계속 뒤로 밀렸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공부했던 내용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나오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결과는 정확히 그 정도였다.
완전히 모르는 상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합격할 만큼 준비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전기기사를 준비하는 이유
전기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자격증 하나를 추가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이전 직장에서 공장 포머 모니터링 장비 설치와 A/S 업무를 했다. 현장에 직접 들어가 장비를 설치하고 문제를 확인하는 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현장 전기와 설비를 접했다.
앞으로도 사무실에만 있는 직무보다는 현장 쪽으로 가고 싶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풍력발전 설치와 유지보수다.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고, 지방이나 사람이 적은 곳에서 일하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풍력 터빈 설치·시운전·유지보수 같은 일이 내 성향과 꽤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기기사는 그쪽으로 가기 위한 기반 중 하나다.
그래서 시험에 한두 번 떨어졌다고 그만둘 생각은 없다.
사실 이번이 처음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전에 봤던 전기기사 필기시험에서는 평균 44점이 나왔다.
당시 점수는 전기자기학 45점, 전력공학 60점, 전기기기 50점, 회로이론·제어공학 25점, 설비기준 40점이었다.
그때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계산이었다.
개념이나 특징을 묻는 문제는 어느 정도 맞혔는데 계산문제로 넘어가면 손을 못 대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2020~2022년 CBT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문제와 답을 익히는 방식에 많이 의존했다.
비슷한 문제가 나오면 맞힐 수 있지만 조금만 형태가 달라지면 막히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공식이 제대로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산문제를 사실상 찍는 경우도 많았다.
첫 시험 44점을 받고 나서는 그래도 아예 바닥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 과목을 조금만 더 끌어올리고 계산문제를 보완하면 60점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출과 복원문제로 내 방식대로 정리했다
그 이후에는 기출문제와 복원문제를 계속 보면서 자주 나오는 내용을 따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 편하게 만든 일종의 '야매집'이다.
전기기사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 것보다 실제 시험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개념을 먼저 잡는 방식이 나한테는 더 잘 맞았다.
전기자기학, 전력공학, 전기기기, 회로·제어, KEC를 나눠서 자주 나오는 유형과 암기 내용을 정리했다.
모의고사도 중간중간 봤다.
한 번은 100문제를 풀어서 평균 48점 정도가 나왔는데, 그때도 계산형은 제대로 풀었다기보다 찍은 문제가 많았다. 알고 있는 개념은 맞히지만 예전에 외웠던 내용이 애매하게 기억나서 틀리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그때 이미 문제는 어느 정도 보였다.
아예 모르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아는 게 부족했다.
그런데 시험 한 달 전부터 거의 공부를 안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었다.
이번 시험 전 한 달 동안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49점이라는 결과가 이상하지 않다.
전기기사처럼 범위가 넓은 시험은 한동안 안 보면 전에 외웠던 것도 금방 흐려진다. 특히 계산 공식이나 숫자 암기처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하는 부분은 더 그렇다.
그래도 시험은 예정대로 보러 갔다.
막상 문제를 풀어보니 완전히 처음 보는 시험은 아니었다. 공부했던 개념들이 보였고, 기억나는 문제들도 있었다.
반대로 '이거 분명 봤는데' 싶은데 정확한 답이 기억나지 않는 문제도 많았다.
계산문제 역시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문제보다 찍고 넘어가는 문제가 많았다.
결국 평균 49점.
과락은 없었다.
그게 오히려 더 아쉬웠다.
한 과목이 완전히 무너져서 떨어진 시험이라면 그 과목 하나만 집중적으로 고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조금씩 부족했다.
시험 결과를 보고 내가 했던 말도 결국 이것이었다.
**'과락은 아닌데 전반적으로 공부 덜 한 티가 나네.'
딱 그 정도의 시험이었다.
그래도 44점에서 49점으로 올라왔다
불합격은 불합격이다.
49점이나 59점이나 자격증이 나오지 않는 것은 똑같다.
그래도 이전 44점에서 이번에는 49점까지 올라왔고, 과락 없이 시험을 끝냈다는 점은 나쁘게만 보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한 달 가까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말하면 다음 시험에서는 특별한 비법보다 꾸준히 공부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개선점이다.
이번에는 공부법이 잘못돼서 떨어졌다기보다 공부량 자체가 부족했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계산문제를 계속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내 공부에서 가장 약했던 부분은 계속 계산이었다.
암기 문제나 개념 문제는 기출을 반복해서 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하지만 계산은 문제를 읽고 어떤 공식을 써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계속 찍는 방식으로 두면 시험마다 운에 기대야 한다.
다음 준비에서는 모든 어려운 계산문제를 완벽하게 풀겠다는 것보다, 반복해서 나오는 기본 계산 유형부터 확실하게 가져가는 게 목표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어 둔 요약자료와 기출·복원문제도 계속 활용할 생각이다.
나는 두꺼운 이론서를 처음부터 읽는 것보다 시험에 반복해서 나오는 유형을 보고 필요한 개념을 다시 채워 넣는 방식이 더 맞았다.
다만 이번에는 '봤다'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 문제에서 답을 골라낼 수 있을 정도까지 반복해야 한다.
다음 필기는 반드시 합격하는 게 목표다
현재 목표는 다음 필기시험에서 확실하게 60점을 넘기는 것이다.
전기기사 필기에 합격하면 바로 실기까지 이어서 준비할 생각이다.
그 이후에는 풍력발전 설치나 유지보수 쪽 신입 채용을 본격적으로 알아볼 계획이다.
가능하면 단순 생산보다는 풍력 터빈 OEM 회사의 설치·시운전·Service/O&M 팀처럼 실제 현장에서 장비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계획대로 한 번에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시험을 두 번 떨어져 봤으니 그 정도는 안다.
그래도 이번 49점은 '나는 전기기사랑 안 맞는다'는 결과라기보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딱 이 정도 나온다**는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확인했으니 다음에는 핑계가 없다.
이번 시험에서 내가 얻은 것
이번 불합격을 정리하면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과락 없이 49점까지는 현재 공부해 둔 내용으로도 갈 수 있었다.
둘째, 계산문제를 계속 찍어서는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셋째, 전기기사는 한 번 몰아서 하는 것보다 공부한 내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넷째, 한 달 동안 거의 공부하지 않고 합격을 기대하는 것은 역시 욕심이었다.
시험장에서 기적처럼 60점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시험지는 생각보다 정직했다.
그래도 49점이면 포기하기에는 너무 가깝다.
다음에는 1점, 2점 올리는 게 아니라 애초에 60점 턱걸이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준비해서 들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전기기사를 정말 취득하게 되면 이 글을 다시 보면서 '이때 49점 받고 또 떨어졌었지' 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합격 후기도 직접 써볼 생각이다.